소설 내놓는 시인들 잇달아 데뷔작 출간

입력 2021-11-23 16:57   수정 2021-11-24 02:15

김동리, 성석제, 한강, 김연수의 공통점은? 시인으로 먼저 등단한 뒤 소설가가 됐다는 점이다. 이들처럼 소설을 쓰는 시인들이 잇따르고 있다.

2005년 등단한 김성대 시인은 최근 장편소설 《키스마요》(앤드)를 데뷔작으로 내놨다. 지구의 종말이 다가오는 가운데 주인공의 실존적이고 철학적인 고민들이 펼쳐진다. 소설은 마치 아주 긴 시를 써 내려간 것처럼 읽힌다. “밤이 뒤집어졌다. 밤이 엎질러지듯 전등이 들어왔다. 불빛이 쏟아졌다. 없었다. 그것은. 사라지고 없었다. 밤하늘이 비어 있었다. 알 모양의 공백같이.”

2005년 등단한 김 시인은 시집 《귀 없는 토끼에 관한 소수 의견》으로 2010년 김수영문학상을 받았다. 그는 전통적인 서정의 문법에 기대면서도 기존에 없던 낯선 언어로 그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해왔다. 이 같은 특징은 소설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실종과 상실, 고립, 외계와의 접촉, 종말이라는 급박한 전개 속에서도 낯설지만 끌릴 수밖에 없는 독특한 서정성을 전달한다.

네 권의 시집을 출간하고 2018년 대산문학상을 받은 강성은 시인도 첫 소설집 《나의 잠과는 무관하게》(창비)를 펴냈다. 특유의 동화적 상상력과 몽환적 분위기로 주목받았던 시인은 14편의 이야기를 통해 현실과 꿈의 경계가 느슨한 시공간에 존재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등장인물들은 오지 않는 버스를 한없이 기다리거나, 목적지를 잃고 계속해서 잠에 빠지거나, 어느 날 불현듯 사라지는가 하면 출구를 찾을 수 없는 건물에서 헤맨다.

2000년 등단한 신용목 시인의 《재》(난다)도 소설 데뷔작이다. 시작문학상, 노작문학상, 백석문학상 등을 받은 신 시인은 2016년 첫 산문집 《우리는 이렇게 살겠지》에 이어 이번엔 소설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소설은 시의 언어로 ‘눈으로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시간의 형체’를 더듬어간다. 한줌의 재가 된 ‘모’를 배웅하기 위해 모인 등장인물들은 현재와 15년 전의 기억을 오가며 당시 알지 못했던, 혹은 서로 알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감정들을 하나둘 표면으로 떠올린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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